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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발전으로 다시 한 걸음, 원전 찬 · 반 대립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가 울리는 경종, 세계는 원전으로 회귀 중

  • 정회훈 대학생 기자 yohan@newskorea.ne.kr
  • 입력 2022.09.2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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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IAEA Imagebank
출처: IAEA Imagebank

 

(서울=뉴스코리아) 정회훈 기자 = 탄소중립을 기치로 내세워 친환경 · 재생에너지로 나아가던 세계의 에너지망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 발전원이었던 석유, 석탄은 물론 원자력까지 배제하고 각국 정상들은 새로운 방식의 에너지를 위해서 합의해왔지만, 예측하지 못한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의해 유럽은 전면적인 원자력 발전의 재신임을 이끌고 있다. 그와 동시에 궁극적인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맞물리며 세계는 원자력 발전으로 재빠르게 회귀하고 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각 국가들은 원자력 발전을 늘려야 한다”라며 “원전 폐쇄는 국가 안보 관점에서 미친 짓이고 환경에도 나쁘다”라고 주장하는 등 강력하게 원전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따라 세계와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에 대한 변동과정을 살피고, 이러한 변화가 가져올 문제들과 위험성에 대해 조망하고자 한다.

 

방사능 공포와 신재생에너지의 대두가 탈원전으로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가 내뿜는 탄소 배출량을 깨달은 각국 정상들은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원자력 발전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등 원전은 값싸고 효율적인 발전원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건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건을 거치면서 세계적으로 원자력에 대한 반감과 공포감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는 각국 정상들에게도, 자국의 에너지 발전을 위해서라도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호소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신재생에너지의 대규모 투자와 맞물려 매우 빠르게 탈원전 여론이 강해졌다. 오염 걱정 없이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에 집중하려는 기조에 따라서 원전은 빠른 속도로 폐지 수순을 밟았다.

프랑스와 영국, 러시아 등 친원전 국가와 발전 전원이 다양하지 못한 일부 동부권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EU(유럽연합) 국가들은 원전을 조기에 폐지하고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적극적이었다. 특히 독일은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이후 1998년부터 지속적으로 탈원전을 준비해왔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2011년 메르켈 총리가 “모든 원전을 2022년까지 폐기한다”라고 선언하며 탈원전 진영의 선두에 자리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의 국가들 역시 탈원전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총력을 기울였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로 탈원전과 탈화석 연료로 나아가는 것은 국제적인 트렌드로 자리매김했었고, 실제로 일자리 창출 효과와 화석연료 사용 저감이 이루어지면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탈원전 정책은 거대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탄소중립: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산림 등을 통해 흡수시키거나 탄소포집 기술 등을 통해 제거하여 실질적인 배출량이 0(Zero)가 되게 한다는 개념으로,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되는 탄소량을 같게 하여 탄소의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으로 ‘Net Zero’라고도 칭함.

 

탈원전 ‘STOP’, 원전으로 ‘GO BACK’

 
세계는 지금 원전으로 재빠르게 돌아서고 있다. 특히, 탈원전이 최초로 주창됐던 유럽은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엄청난 에너지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신규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독일은 탈원전의 최선봉으로, 탈원전 정책에 후퇴는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러시아의 전쟁과 가스 배관 차단 등의 사태로 남은 3기의 원전을 가동 중단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은 2030년까지 원전 16기를 신규 건설할 계획이며, 스웨덴은 기존 원전 부지에 10기의 원전 신규 건설 허가를 내준 상황이다.

비선진국에선, 상황은 더욱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인도는 1,500억 달러를 들여 신규 원전 15기를 건설하고 있으며 △터키 △필리핀 △체코 △베트남 △남아공 △폴란드 등도 신규 원전 건설을 준비 중이다.

중국은 현재 19개의 신규 원전을 건설하고있다. 기존에 원전을 운용하던 국가와 원전 도입을 검토하는 국가는 총 48개국이며, 그중에 기존 원전을 폐지하는 국가와 도입을 취소하는 국가는 7곳밖에 없다.

새로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원전은 50기가 넘는다. 그 중, 중국은 206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제로로 하는 ‘탄소중립’ 목표를 세워 추진 중인데, 60%가 넘는 석탄 중심의 화력 발전을 줄이기 위해 원전을 주요 대안으로 삼고 급격히 늘리고 있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원자력 발전량은 약 400% 늘었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량을 현재의 2~3배로 늘릴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56기에 달하던 원전 가동을 전면 중지하고 안전성심사와 지역 주민의 동의를 얻은 7기만 재가동하여 전체 전력의 30%에 달하던 원전 비중은 6%로 줄이고 있었지만, 지난해 12월 내놓은 「그린 성장전략」을 통해“온실가스를 0으로 줄이려면 2050년에도 원전은 필요하다”라며 현재 6%까지 떨어진 원전 비중을 2030년20~22%로 회복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0일 기준, 원전을 운용 또는 건설 중인 39개국의 가동 중인 원전은437개, 실제로 건설 중인 원전은 56개다. 우리나라는 24개의 원전이 운전 중이며, 세계 6위의 원전 운용 국가로 집계됐다.

파리기후협약 등 실질적인 탄소배출 규제가 다가오고,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등 국제적으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는 등 상기된 것처럼 세계는 에너지원 확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에 따라 EU가 오랜 논의를 이어오던 원자력 발전의 친환경 에너지 분류체계(택소노미 · Taxonomy)편입을 결정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정용훈 교수(이하 정 교수)는 명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4시간 안정적으로 무탄소 전원을 공급할수 있는 원천은 수력 아니면 원자력이다. 수력도 수자원이 점점 고갈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고, 태양광과 풍력은 하루 4~6시간 정도 사용할 뿐 작동하지 못할 때는 대책이 없다. 따라서 원자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태양광과 풍력은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태양광을 1GW 만큼 발전한다면, 가스발전소 역시 1GW가 필요하다. 밤이나 흐리거나, 비 오는 경우를 대비할 수밖에 없다. EU의 원전확장은 가스의 역할을 원자력이 하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특히 러시아 가스에 의존하는 유럽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가스 의존도 같이 높아졌다가 지금의 상황이 된 것이다”라고 유럽이 원전으로 회귀하고 있는 현재의 현상을 설명했다.

논의 끝에 EU는 그린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했지만, 실상은 규제를 더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조건이 매우 구체적이고 일부는 달성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워‘말이 허용이지 실질적으로는 불허’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해당 조건은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하는 방법 및 부지 확보 등과 관련한 것으로, 구체적인 계획과 그에 상응하는 자금이 있어야 하며 2050년까지 처분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EU의 요구조건 중에는 ‘2025년부터 모든 기존 및 신규 원전은 사고저항성핵연료(이하 ATF) 사용 의무화’가 있는데, 이는 2025년부터는 기존의 핵연료 사용은 불허한다는 뜻이다.

발전에 사용되는 핵연료 자체를 바꿔야 한다. 문제는 ATF는 아직도 개발 및 시험 단계이고, 현재 진도로 볼 때 2025년 이전에 상용화되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결정적으로 기존의 원전들은 ATF를 사용하지 않으면 그린택소노미에서 제외된다. 즉, 유럽연합의 규정대로라면 2025년부터 ATF를 사용하지 않으면 친환경 인증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ATF를 사용한 원자로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원전의 설계단계부터 적용되어야 하며, 프로그래밍 및 제어 코드도 모두 바꿔야 한다. 관계자들의 해설에 따르면 코드를 바꾸는 데만 4~5년이 걸리고, 연료를 개발해도 규제기관에서 인증받기까지 5~10년이 소요된다. 덧붙여, 기존방식에서 ATF를 사용하려면 기존의 원전을 허물고 새로 건설해야 한다.

때문에, 기존 원전의 수명연장 자체가 봉쇄된다는 것이다. 비용, 건설기간 등 원전 신설, 수명연장의 조건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어 원전업계에서는 치명적인 독소조항으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그래서 원자력 업계에서는 기존의 원전 운영 및 유지와 역외 투자도 그린택소노미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들의 주장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고 원안대로 결정되었다.

**택소노미: ‘분류하다’라는 의미(tessein)와 ‘규칙’이라는 의미(nomos)가 담긴 그리스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로, 여러 분야에서 ‘분류’, ‘유형’이란 의미로 사용됨. 녹색산업을 뜻하는 그린(Green)을 결합하면 그린택소노미(GreenTaxonomy)로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녹색경제활동을 분류하는 활동을 지칭함.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드라이브, ‘에너지믹스’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여 공식적으로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으며, 2030년 원전 비중 30% 이상 확대 및 원전활용도 제고를 명시했다. 이는 이전 정부와 달리 에너지믹스 등 전략적인 선택을 포함했다.

태양광 · 풍력 등 발전원별로 적정한 비중을 도출하고 원전 · 재생 · 수소에너지의 조화를 통해 화석에너지 비중을 감소시킨다는정책 방향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탈원전 정책으로 무너진 산업기반을 되살리기 위해 원전생태계의 활력 복원, 2030년까지 10기의 원전 수출 등 친원전 정책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30일에 공개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 비중을 32.8%로 상향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 가까이 줄인다.기존 원자력 발전 비중은 23.9%였으며, 운영 허가가 만료된 원전은 계속 운영하고, 새로 짓는 신한울 1 · 2호기등 신규 원전 6기를 통해 발전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위원회의 분과위원장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유승훈 교수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균형 있게 활용하는 실현 가능한 ‘전원 믹스’를 반영했다”라며 에너지 믹스를 실현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또한, EU(유럽연합)이 원자력 발전의 친환경 에너지분류체계(택소노미 · Taxonomy) 편입 결정에 따라 우리나라 또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부문별 감축목표를 재설계하고, 원자력 발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포함하기로 했다.

정부는 NDC와 같은국제사회와의 협약은 그대로 이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문가 검토와 의견수렴 등을 거쳐 부문별 감축목표 재설계안을 도출한 뒤 내년 3월까지 ‘제1차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K-택소노미는친환경 저탄소 등 녹색 경제에 대한 분류 기준으로, 환경부는 이르면 이번 달까지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대신 EU에서 부여한 원전의 안전기준을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상기된 바와 같이 EU는 ATF 적용,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 등의 조건을 달았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사고저항성핵연료라든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이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에서도 포함할 계획”이라며 “안전기준에 있어서는 국내상황을 고려해 적용 연도를 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환경부의 발표에 대하여 정 교수는 “EU는 금융투자를 모아 집행하는 데 있어 원전 이용국과 비 이용국 사이의 형평의 문제 때문에 사고저항성 연료와 처분장 조건을 포함한 것으로 우리나라는 이 조건을 넣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미국도 원자력에 정부 지원할 때 조건을 달지 않는다. 

자국의 금융지원 정책을 결정하는 조건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조건으로 건다면 그것이 모순일 것이다. 즉, 우리나라 정부가 녹색금융지원에 원전을 포함하는데, 조건이 우리나라 정부가 사용후 핵연료처분장 확보 계획과 사고저항성연료 적용을 하는 조건을 건다면 우스운 모양이 된다.

우리나라는 우리가 분류하고 지원하는 것이 옳다”라며 “국내 처분장 확보계획은 정부와 국회가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고, 국내에 처분되는 것은 명확하다.

유럽과 같이 조건을 달 필요가 없는 것이고, 사고저항성핵연료는 이름과 같이 사고를 배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건으로 제시될 무게가 아니다.

2030년 정도에는 국산 기술도 기대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시장에서 구매하여 장착할 수도 있다. EU가 사고저항성 핵연료를 사용토록 조건을 건 것은 이웃 국가의 원전 사고가 자국에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원전을 사용하려면 사고저항성핵연료를 장착하라는 요구에 따른 것뿐이다”라고 현재 정책 방향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했다.

***NDC: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Contribution)의 약자로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을 기점으로 모든 개별 국가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UN기후변화협약에 의무적으로 제출한 문서다. NDC는 법적구속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탄소중립으로 가는 중간 과정으로 당사국의 행동과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점으로 여겨지고 있음.
***2025년에 제출하는 NDC에서는 2030∼2035년에 대한 목표를 제시하게 되고, 2030년에는 2035∼2040년 목표를 제시하게 됨.


 

원전으로의 회귀, 이로 발생할 문제는?


(출처/『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영국 서섹스 대학교 벤자민 소바쿨 교수의 논문)
(출처/『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영국 서섹스 대학교 벤자민 소바쿨 교수의 논문)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지난해 「기후변화와 핵발전」 보고서를 통해 “원자력 발전은 수력발전과 함께 전주기 탄소배출이 가장 적은 발전” 이라며 “원자력발전이 탈탄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IAEA의 발표에 따르면 1971년부터 2018년까지 ‘원자력발전으로 감축된 온실가스 배출’은 73.7Gt로 같은 기간 실제 배출량(370.8Gt)의 20% 수준이다.

하지만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실린 영국 서섹스 대학교 벤자민 소바쿨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원전의 전주기온실가스 배출량은 66g/kWh로, 태양광(32g/kWh)보다 2배 이상 많고, 풍력(9.5g/kWh)보다 7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마크 제이콥슨교수는 저서 『100% Clean, Renewable Energy and Storage for Everything』에서 “원전은 건설부터 운영, 그리고 폐기 과정에서 약 78~178CO2eq/kWh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라고 주장했고, 원전은 건설하고 운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매우 길어 이 기간 동안 재생에너지와 같은 다른 발전원을 통해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네이처 에너지』에 발표된 영국 서섹스대와 독일 국제경영대학원(ISM)의 연구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원전에 비해 7배나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세계은행과 IEA(국제에너지기구)의 1990년부터 2014년까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서로 잠금효과와 경로의존성*을 보이며 공존하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아울러 두 발전원이 에너지 믹스에서 양립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 논문의 저자 서섹스대 경영대학원 앤디 스털링 과학기술정책 교수는 “이 논문은 ‘모든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주장하는 것의 비합리성을 폭로한다”라며 “이는 결론적으로 원자력에 대한 투자가 재생에너지 투자보다 탄소배출 감축에 덜 효과적일 뿐 아니라, 두 발전원 간의긴장 관계가 기후 위기 대처의 효과성을 더욱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결국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원전 확대가, 실제로는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게 되며 도리어 재생에너지의 성장을 방해하는 등 장기적으로 잘못된 선택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전의 본질적인 문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원전의 신규 건설과 재가동은 동시에 환경 관련 문제를 야기한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경북 경주에 위치한 신월성원전 2호기의 가동을 재개했다. 추가로 정부는 고준위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기존 원전 부지에 보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임시 저장이라고 하지만, 이는 원전 부지마다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저장하는 것이다. 기존에도 위험성이 높은 원자력 발전소에 덧붙여 고준위 방폐장(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포괄하겠다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에 돌입한 신한울 3 · 4호기의 고준위 방폐장의 용지 확보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달 23일 토론회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확보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국회에 촉구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처분장의 확보는 원자력 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탄소중립을 위해 국민의 부담을 덜고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국가가 되기 위한 것이다.

핀란드는 세계 최초로 2024년 처분장 운영을 예고하며 탄소중립 국가로 나아가고 있다. EU의 그린택소노미 역시 2050년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운영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역시 2050년 처분장 운영을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라고 밝히면서 “사용후핵연료 처분은 기술적 어려움보다 사회적 수용의 어려움이 더 크다. 전 세계 400여 기의 원전 운전 역사상, 사용후핵연료 저장에 문제가 발생하여 인명이나 환경에 위해를 끼친 사고는 없었다. 그런데도 영구적인 안전을 위해 환경과 차단된 지하 깊은 곳에 묻어 생활공간에서 완전히 격리하는 것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은 안전을 위한 시설이며 기후 위기와 미래세대를 위한 시설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원전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면서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원전 확대를 급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안전을 소홀하게 여기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뒤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본문 중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메탄, 이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등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모든 물질들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단, 80% 이상을 차지하는 온실가스가 이산화탄소임.

*****잠금효과(Lock-in Effect): 특정 재화나 서비스의 이용이 다른 선택을 제한해 기존의 것을 계속 구매하는 현상.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 한번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그 경로가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도 여전히 그 경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성.

 

반드시 선결되어야 할 안전문제와 ‘합의’

정 교수는 “원전은 위험하다. 그리고 태양광도 위험하다. 유럽연합 공동연구소가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결과 원자력의 위험성은 태양광이나 풍력의 위험성과 다르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체르노빌, 후쿠시마, 스리마일섬 등 모든 사고를 포함해서 분석한 결과다.

우리나라에서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발생해 최악의 상황에 치닫더라도 외부로 방사성 물질이 대량 누출될 가능성은 없다. 이는 우리나라 원전과 설계가 같은 미국의 TMI-2 원전사고에서 이미 검증됐다.

최악의 사고에도 사망하거나 암 발생이 늘어날 일이 없다는 것이다.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된 후쿠시마 사고에서조차 사망자도, 암 발생 증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 UN 방사선 과학위원회와 WHO의 결론이다. 원전의 위험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른 인식이 상식화되어 있어 큰 문제다”라고 전했다.

세계는 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정답으로 인정하려는 모양새다. 원전을 추가적으로 건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크게 대립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탄소배출이 적거나 없는 에너지원이 자리 잡기까지의 교두보 역할을 해내기에는 가장 효율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큰 이견을 보이지않고 있다.

그러나 탈원전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원전을 어디에 지을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탄소중립’을 위해서라는 이유만으로 환경과 개인들을 담보로 삼는 것이라는 지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원전이 필요하다면, 그 필요성을 설득하고 구성원들의 논의와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원자력의 발전원 비중을 늘리는 것은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임시방편임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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