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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아의 아세안 이야기] 미얀마의 성인식 이야기

싱쀼(Shinpyu) 의식에 관하여

  • 김인아 논설위원 taprohm@newskorea.ne.kr
  • 입력 2022.12.04 13:26
  • 수정 2023.01.21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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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코리아 김인아 논설위원
@뉴스코리아 김인아 논설위원

 

(부산=뉴스코리아) 김인아 논설위원= 미얀마에 가면 종종 목격되는 이채로운 장면이 있다. 바로 금목걸이와 팔찌, 귀걸이와 같은 화려한 장신구를 두르고 번쩍이는 왕족의 비단옷을 입고 짙은 화장을 한 12세 전후의 어린 남자아이가 아름답게 장식된 말이나 수레를 타고서 어른들과 함께 마을을 순회하는 장면이다. 대체로 불교도의 사순절인 ‘와드윙(Wadwin, 태양력 7월부터 9월까지의 기간)’의 초기에 나타나는 이 행사 장면은 바로 싱쀼(Shinpyu) 또는 싱쀼뵈(Shinpyubwe)라고 불리는 득도식(得度式)을 거행하는 모습이다.


미얀마는 국민의 대부분이 상좌부 불교를 신봉하고 있는 불교국가이다. 흔히 소승불교로 알려져 있는 상좌부 불교는 대승불교와는 달리 대중포교보다는 개인적 구도를 강조하는 종교여서 출가(出家)와 재가(在家)에 대하여 굉장히 너그러워 자칫 계율이 엄격하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여성들의 출가를 인정하지 않아 미얀마에서 흔히 마주치는 비구니인 ‘띠라싱(Thilashin)’은 불교에서 인정하지 않는 자의적 존재에 불과하며, 비구승인 ‘우버진(Ubazin)’ 또는 ‘야항(Yahan)’만을 인정한다. 윤회를 믿는 불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현실의 삶은 이전 생의 업(業)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근본적인 변화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실 세계에서 보다 많은 공덕(功德)을 쌓아 내세의 삶이 현재보다 나아지기를 기원할 수밖에 없다. 사원과 승려에게 보시를 행하고, 가난하고 약한 자를 돕고, 종교적 의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든 행위는 공덕을 쌓는 일이다. 그중 미얀마 사람들의 일상에서 가장 필수적인 공덕 축적의 행위가 바로 이 싱쀼 의식을 거치는 것이다. 특히 20세 미만의 동자승인 ‘꼬잉(Kouyin)’이 되기 위한 이 싱쀼 의식은 미얀마의 남자아이가 성인이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되는 일종의 성인식과도 같다. 

싱쀼 의식의 역사는 2천5백 년 전 고타마 싯다르타와 그의 아들이 라훌라(Rahula)와 연관이 있다. 싯다르타가 왕위를 버리고 득도를 위해 출가하는 깨갈음을 얻은 후 중생들을 구원하기 위해 설법을 하러 돌아다니다가 자신의 고향인 카빌라(Kabila) 왕국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때 그의 아내인 야소다라(Yasodhara)는 아들인 라훌라로 하여금 아버지에게 유산 상속을 요청하게 했는데 석가모니는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은 깨달음을 이를 수 있는 길을 가르쳐주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12세였던 라훌라는 출가하여 최초의 사미가 된 것이다. 싱쀼는 바로 부처의 아들인 라훌라의 출가를 본뜬 것으로 싱쀼 의식을 통해서 부처님의 아들로 다시 태어난다고 믿고 있다. 
 싱쀼 의식은 승려의 주도로 거행된다. 이날은 동네 악단이나 놀이패들이 앞에서 흥을 돋우고, 그 뒤에 눈부시게 화려한 장식을 한 불상이 따르며 제일 마지막으로 이 행사의 주인공인 소년은 빌릴 수 있는 한 최대한 가족들의 금목걸이나 기타 보석들을 빌려 장식해 마치 왕이나 왕자처럼 화려하게 등장을 한다. 예전 부처가 왕자의 신분으로 출가한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부유한 집안이 소년은 차나 트럭에 태우고, 가난한 집안의 소년은 소나 말이 끄는 수레에 태우거나 무등을 태워 걸어가기도 한다. 그 뒤를 가족과 친척들이 절에 공양한 음식물과 꽃을 들고 뒤를 따른다.

행렬을 마치고 나면 집으로 돌아와 목욕재계한다. 목욕 후 수행복으로 갈아입고 초대한 여러 승려들 앞으로 나가 삼배(三拜)를 드린 후 승려들로부터 지켜야한 10개 계율을 서약한다. 이 10개 계율을 미얀마어로 ‘새바띨라(Sebathila)’라고 불리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살생하지 말 것, 둘째, 훔치지 말 것, 셋째, 간음하지 말 것, 넷째, 거짓말을 하지 말 것, 다섯째, 음주하지 말 것, 여섯째, 정오 이후에는 먹지 말 것, 일곱째, 유흥하지 말 것, 여덟째, 성스러운 곳에서 자지 말 것, 아홉째, 꽃이나 향수 등으로 몸치장을 하지 말 것, 열째, 금이나 은을 멀리 할 것. 이러한 10개 계율을 서약한 후에 삭발을 한다. 삭발을 마치면 띵강(Thingan)이라고 불리는 가사(袈裟)를 입고서 공양 밥그릇인 바리때를 받은 후에 그 길로 포웅지짜웅(Hpunjikyaun)이라고 불리는 사찰로 이동해 비로소 불문에 입문하게 된다. 소년의 집에서는 다음날 새벽까지 축하 연회를 연다.


소년의 단기출가는 최소 3~4일에서 약 6개월 정도 소년 본인이 원하는 만큼 수행할 수 있다. 수행이 끝나면 곧바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며 그때부터 이 소년은 한 명의 완전한 성인으로 공동체의 인정을 받게 된다. 때때로 신앙심이 깊은 집안의 소년들은 그대로 승려가 되어 평생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싱쀼 의식에서 특이한 점은 정령신앙인 ‘낫(Nat, 정령을 의미함)’에게의 공양을 필수적으로 행한다는 것이다. 이 낫에게의 공양은 소년이 삭발의식을 거치기 직전 마을 안을 행렬할 때 행히진다. 소년은 마을 안을 돌면서 마을 수호신인 유와싸웅낫(Ywasaunnat)을 찾아가 자신이 화려한 모습을 내비친 후, 부모 수호신인 미자잉바자잉낫(Mizainbazainna)에게 음식물을 보시한다. 이때 공양물은 고기는 금기시 되며 바나나와 같은 과일이 주를 이룬다.


부처와 함께 낫을 섬기는 이러한 행위는 미얀마 불교도의 신앙체계가 실상이 다른 동남아지역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혼합주의(syncretism)의 양상을 띠고 있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미얀마 토양에서 배양된 낫 신앙은 불교의 신앙체계와 더불어 적절히 혼합되어 신앙적 필요에 다라 일상생활에 등장한다. 미얀마의 대표적인 불교사원인 쉐더공(Shwedagon) 파고다를 방문해보면, 그곳에서도 이러한 혼합적 신앙체계를 엿볼 수 있는 것이 제법 있다. 낫숭배는 불교가 미얀마 땅에 도래하기 이전에 이미 형성되었던 고유 신앙으로 오랜 역사적 전통을 지니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불교와 같은 대종교와 혼합될 수 있는 여지는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엄격한 불교적 계율에서 보면, 낫 숭배는 당연히 배제되어야 하는 불순물적 요소이긴 하지만, 불교 사원의 여기저기서 낫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그런 혼합적 요소의 상징인 것이다. 따라서 싱쀼 의식에서 등장하는 낫숭배의 모습은 미얀마의 독특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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