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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여행 작가의 "베트남 사파를 위한 습작" No.1

"나에게 사파는 퀘렌시아였다."

  • 이웅연 특파원 leejjang@newskorea.ne.kr
  • 입력 2023.01.24 17:30
  • 수정 2023.01.2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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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뉴스코리아) 이웅연 특파원 = (편집자주: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네팔,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프랑스, 몽골 등을 자유롭게 여행했던 신짜오 여행작가의 여행기를 본지 베트남 특파원인 이웅연 기자와 작가와 협의로 연재를 시작 합니다.)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한때는 불꽃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을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류시화의 "여행자를 위한 서시" 중에서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약 6시간을 달려가면 라오까이성(Lao Cai Province)의 해발 약 1,500m 고산 지역에 소수 민족들의 삶의 터전인 사파(Sapa)가 있다.

 

 

사파는 몽족 언어로 지명을 말한다.
사파는 몽족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이해하면 된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는 불어의 “S" 발음이 "Ch" 와 거의 유사해서 차파(Chapa)로 불렸다.
지금도 하노이에서 라오까이를 운행하는 기차 중에는 “Chapa Express Train”이 있다.
참고로 라오까이(Lao Cai)는 몽족 언어로 올드 마켓(Old Market)이다.

 

 

사파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은 몽족(Hmong), 자오족(Dzao), 타이족(Tay), 사포족(Xa Pho)이며, 몽족이 가장 많이 살고 있다.

사파의 방문 횟수를 세어보니 벌써 20번이다.
첫 방문은 사파라는 곳을 듣고서 단순한 호기심에 끌려서 갔다.
그 이후 몇 번은 트레킹을 하기 위해 갔고, 또 몇 번은 별다른 이유 없이 가고 싶어서 갔다.
그리곤 누군가와 동행해서 몇 번을 갔었고, 두 번은 봉사 활동을 위해 갔다.
사파 방문이 잦아지자 조금씩 지리와 마을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몽족 친구도 여러 명이 생겼다.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도 열번째로 사파를 방문 하였을 때이다. 여느 때와 같이 몽족 단골 민박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민박집 입구 담벼락 앞에 이름 모를 아름드리 나무가 우뚝하니 서있어 큰 나무 민박집이라 부른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집안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다. 

마당에는 집에서 키우는 개 한 마리와 암탉과 병아리들이 모이를 찾아 돌아 다니고, 건물 뒤편 공터에는 돼지 두 마리가 누워있다.

아이들은 등교 하였을 것이고 주인 내외는 일을 하러 갔을 것이다.

 

 

좁은 마당에 있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집 앞을 무심히 바라본다.

민박집으로 들어오는 샛길 입구에는 제법 평평한 바위가 있고 바위 양쪽 편에는 작은 규모의 다랑논이 있다. 

바위 위에는 넙죽하게 엎드린 채 미동이 없는 검정개 한마리가 보인다.
편안한 자세로 축 늘어져 꼼짝하지 않는 모습이 잠자는 것 같다.
더없이 한가한 개다.

바위 오른쪽 아래편 논은 최근에 갈바래질이 끝난 것 같고, 물소 한마리가 등이 가려운지 둔덕에 등을 비비며 비게질을 하고 있다.

시야에서 보이는 살아있는 동물은 잠을 자고 있는 검정개, 비게질하는 물소와 늦잠자고 일어나 커피를 마시는 한가한 인간인 나 뿐이다.

잠자는 검정개 구경, 비게질하는 물소 구경, 어쩌다 마을길을 걸어가는 몽족 마을 사람과 트레킹하는 두 서너 명의 서양 여행객을 구경하다 문득 왜 나는 지금 사파에 있고 그렇게 자주 왔었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열 번 이상을 방문한 정확한 이유가 딱히 없다.

 

 

언젠가 책에서 보았던 퀘렌시아(Querencia)라는 스페인어가 생각난다.

퀘렌시아는 투우장 안에서 투우가 투우사와 싸움 중에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는 영역으로 투우가 본능적으로 자신의 피난처로 삼는 곳이다.

투우가 퀘렌시아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음 싸움을 준비하는 것처럼, 나도 방해받지 않고 지친 심신을 재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었을까?

퀘렌시아는 지친 몸과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다.

사파가 지금까지 스스로 몰랐던 무의식적인 퀘렌시아로 느껴졌기에 발길이 잦아진 것은 아닐까하는 합리적 의심을 가져 볼 뿐이다.

퀘렌시아가 수궁은 가지만 명쾌한 답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굳이 답을 찾아야 할 이유가 없다.

세상에는 정답없는 질문이 얼마나 많은가.

사파에 오면 마음이 편안했기에 방문 횟수가 많았을 뿐이고, 방문 횟수에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To be continued...

 

 

 

신짜오 여행 작가의 사파를 위한 습작 1부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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